미술관에 들어서기 전부터 이미 관람은 시작된다. 커다란 유리 벽은 안과 밖의 경계를 흐리고, 걷는 사람의 속도를 늦춘다.
설계를 맡은 건축가는 자연광이 하루 동안 어떻게 움직이는지부터 기록했다. 그 기록이 전시실의 배치를 정했다.
건물의 동쪽 면은 아침 햇빛을, 서쪽 면은 해 질 녘의 긴 그림자를 받는다. 조각 작품은 빛이 오래 머무는 쪽에, 종이 작품은 빛이 닿지 않는 안쪽에 놓였다.
입구가 곧 첫 번째 작품
관람객 반응도 좋다. 전시를 보지 않고 건물만 둘러보러 오는 사람이 주말마다 늘고 있다.
로비 바닥은 바깥 광장과 같은 돌로 깔았다. 문턱을 넘는 순간을 알아채지 못할 만큼 길과 미술관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좋은 건물은 안내판 없이도 사람을 이끈다.
밤에는 등불이 되는 건물
해가 지면 유리 벽은 반대로 안의 빛을 밖으로 내보낸다. 늦게까지 문을 여는 금요일에는 광장에서 전시실 안이 그대로 들여다보인다.
근처 상인들은 미술관이 들어선 뒤 저녁 손님이 늘었다고 말한다. 건물 하나가 주변 거리의 시간표까지 바꾼 셈이다.
도시의 문화 공간이 건물 자체로 이야기를 시작하는 흐름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첫 댓글을 남겨 주세요